시사회는 시간을 맞춰야 해서 조금 귀찮아서 잘 안 가게 되는데, <파묘>는 기대하던 작품이라 신나게 보러 갔다.
감사합니다♥


!스포 많음!
스포도 올리려고 시사회 본 날 바로 안 올리고, 개봉일까지 기다린다 나는.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134분 영화이다.
제 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지관 김상덕(최민식), 무당 이화림(김고은),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법사 봉길(이도현)이 나온다.
장재현 감독에 이 네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나 또한 그랬고.
파묘 破墓 [명사]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파묘를 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그린다.
!스포 있음 주의!
이런 직업의 네 사람이 큰 금액이 걸린 건을 맡게 된다?
그러면 그 의뢰자들을 등쳐먹는 그런 이야기가 그동안 많았고, 그런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좀 뻔해서 기대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해낸다.
거기에서 오는 묵직함과 또 어떤 면에서는 슈퍼 히어로 같은 모습마저 느껴진다.

또 하나의 커다란 장점은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재다.
풍수와 그에 따른 묘 바람, 묘 바람을 해결하기 위해 행하는 이장이나 굿,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말하는 음양오행설.
이런 우리 고유 풍습들이 주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전에 들어본 이야기 같은 친근함이 있고, 매번 외국의 인기있던 것들만 답습하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이야기하니 반갑다.
이런 신비한 이야기들은 나도 아주 가까운 우리 가족에게서도 들었다.
산소 주변에서 나온 작은 뱀을 죽였더니 그 이후에 몸이 안 좋아졌던 작은 아빠 얘기라거나, 어렸을 적 아빠가 산소 주변 나무를 베고 집에 왔는데, 그 이후로 한 달 동안 목소리가 안 나왔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큰 병원에 갔는데도 이유는 듣지 못하고, 어떻게 해결됐다는 것까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다행히 지금은 말을 많이 하는 우리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귀찮아하는 아빠지만, 이 영화는 흥미롭게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했던 봉준호 감독과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큰 힘을 가진다.
장재현 감독은 이미 장재현이라는 장르 그 자체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로 이어지며 고유한 작품들로 이어나가고 있다.



<파묘>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이전 작에서의 그의 행보를 보아왔던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장재현이구나 라는 말이 나오게 했고, 약간 아쉬운 부분도 그냥 넘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다.
괜찮은 부분이 충분히 괜찮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겠지.
그와 그의 작품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공포를 일으키는 것을 최우선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미스터리하고, 오컬트적인 요소가 있는 이야기에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장재현 감독과 그의 작품들은 그것보다 이야기의 진행과 그 소재들의 활용이 더 주되기 때문에 우리가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또 그의 이야기가 충분히 말이 되게 보이도록 한 배우들의 명연기 또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단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찰떡이었고, 연기도 정말 좋았다.

우리의 자식들, 그리고 우리가 밟을 땅을 위해
- 김상덕(최민식)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이 대사의 경우도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그저 오그라드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명대사가 되어버렸다.
유해진은 이번에도 고영근 그 자체가 되어버렸고, 김고은과 이도현도 세상 스타일리쉬한 무당과 법사의 모습에 눈을 떼기 어려웠다.
박지용 역의 김재철 배우도, 고모역의 박정자 배우까지.
개인적으로 박정자 배우는 <해롤드&모드> 이후 너무 오랜만인데, 등장부터 포스 터지신다.
미쳤음.
동티난 배우님도 자주 뵌 분인데, 연기 참 잘하시는데.
이름을 몰라서 못 씁니다. 죄송합니다.
크레딧을 열심히 봤어야 했는데, 동행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너무 열심히 나누다 보니 놓침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 좀 달아주세요~
크레딧에서 발견한 건
김민준 배우뿐.
다모의 그 김민준??
이랬는데 그게 맞았던 놀라운
말 안 하면 아무도 영원히 몰랐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좀 신기했던 부분은
미국까지 날아가는 귀신 아주 대단.
그 시절에는 전화기도 없었을 텐데 스마트폰까지 조종하는 귀신이라니 엄청남.
밤엔 좀 안 돌아다녔으면 좋겠는데, 계속 밤에 돌아다니는 등장인물들과 그것도 자꾸 혼자 다니는 안전불감증적인 행태
묘를 파다 못해 지구 내핵까지 뚫고 들어갈 정도로 파헤쳐 내려가는 기세
그리고 이건 뭔가 숨겨진 건지 내가 그냥 헛걸 본 건지 모르겠는데,
그 세로로 세워져 있는 관이 나와서 박정자 배우님을 모셔서 어떻게 처리할지 여쭤보고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하고 가시고 컷이 바뀌면서
불꽃 클로즈업이 나왔는데, 그때 불꽃에 그 뱀 머리 귀신처럼 불꽃 중에 사람 얼굴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건 금방 지나가기도 했고 해서 그냥 내가 헛걸 본 거겠지?
뭔가 그런 것까지 담았을 것 같지는 않고.
원래 불 안에서는 뭔가 많이 보이긴 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점을 가득 얘기 했으니 아쉬웠던 점도 좀 얘기해보자면
김고은 배우의 발음이 아쉬웠다.
정보 전달이 필요한 부분들도 분명히 있는데, 김고은 배우 부분에서 자주 놓치게 됨.
이미지는 잘 어울리고 좋았는데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그에 더불어서 대살굿 장면이 아쉬웠다.
최민식 배우의 후기도 그렇고, 홍보하는 내용에도 대살굿 장면에 대한 극찬이 아주 많은 편인데, 나는 좀 아쉬웠다.
중요한 굿 장면이었다고 생각하고, 감독도 그랬기에 길이도 길게 그리고, 클로즈업도 많이 쓰며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경문 읊는 이도현 배우의 음성도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김고은 배우의 몸짓도 그랬다.
근데 또 중요한 장면이다 보니 자주 반복되어 내 아쉬운 마음은 더 컸다고 할까?
영안실에서의 굿이나 병실에서의 굿들도 다 좋았는데, 그냥 대살굿만 좀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


그리고 도깨비불부터는 좀 너무 갔다는 생각도 들었다.
(6개의 장으로 나뉜다. 1. 음양오행 2. 이름 없는 묘 3. 혼령 4. 동티 5. 도깨비불 6. 쇠말뚝)
앞에까지 엄청나게 잘 쌓아나간 이야기들이, 거기에서 끝나도 충분할 것 같던 그 이야기들이 필요했을 순 있겠지만, 좀 너무 멀리 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 힘은 여전했음
하지만 종종 우스운 부분들이 있었다.
쇠말뚝 설을 이야기의 소재로 쓴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니 물론 어떤 것이든 풀어낼 수 있고, 또 소재들이 소재였으니만큼 관련해서 발전시키기 좋았을 것 같긴 하나, 또 증명할 사료 하나 없는 설을 굳이 선택해서 어찌 보면 또 다른 갈등 조장의 불씨를 던진 점은 큰 단점이라 본다.
그러다 보니 앞의 내용까지 쌓인 내용들까지도 뭔가 좀 믿기 어렵게라 말해야 할까? 허무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다.
그나마 앞이 탄탄했기에 뒤에 도깨비불부터 오는 의아함이나 우스움 같은 것들을 그래도 받아들이며 볼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또 마지막에 그 자체가 오니의 도깨비불(달궈진 불)에 씌워진 투구(쇠)로 쇠말뚝으로 표현되느라 그 실체가 필요할 수는 있었겠지만, 사실 그 요괴가 제일 아쉬운 부분이 크다.
할아버지 귀신이나 그런 것들이 아스라이 비춰 보이는 것들은 진짜 더 무섭게 하고, 또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찾아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요괴는 실체가 나와버리니 좀 우스운 면이 있었다.
이게 외양의 문제인지, 표현의 문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같이 본 동행도 그렇고, 나무위키 내의 평도 그렇고 좀 그런 평들이 있긴 한 것 같다.
그리고 오니는 일본의 요괴라 우리나라 도깨비와는 또 분명 다른데, 도깨비불이라는 단어도 사용하고 표현도 함으로써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혼재해서 사용하니 좀 더 애매했던 것 같다.
오니라고 아예 쓰지를 말거나 도깨비불이라고 하지를 말거나 뭔가 너무 다 하려고 한 게 문제인 건가.
알면 내가 감독했지.

뭔가 어느 정도.
이런 것을 정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지만 이 작품에서 더 빛났던 이유는, 캐릭터나 자기 자신의 욕심을 고집하기보다는 작품을 잘 만들어내고자 하는 마음, 내가 보여야 할 때와 다른 이가 보여야 할 때를 잘 알고 조화로운 에너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느끼고 생각할 부분도 비워둬야 하니까.
그런 여백의 미는 항상 필요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지.
이 작품도 좀 더 갔나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하나 또 그 이후에 끝까지 잘 해결해 냈기에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다고 본다.
오행에 대해 잘 알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사주에도 관심이 많은데, 이번 기회로 한 번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마음 백 번 갖지만, 너무 복잡해서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음.
사실 조금 귀찮기도

결과적으로는 내게 좋은 작품이었기에 이렇게 할 말이 많았다.
장재현 감독은 이번에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세 편을 연달아 잘 만들기도 참 쉽지 않을텐데 대단하다.
장재현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
이 배우들의 조합이 기대되는 분들.
미스터리, 오컬트, 토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분들.
영화는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은 분들.
그런 분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그냥 모두에게 추천한다.
같이 보신 분도 무서운 거 못 보신다고 안 가겠다고 하셨지만, 이 감독은 놀라게 하거나 무섭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감독이 아니라고 꼬셨고, 정말 그랬다.
조금 무서워할 순 있어도 잘 볼 수 있음.
다들 도전하셔도 좋다.

씨네21 평론가 평도 다 좋다.
영화 다 보고 집 가는 길에 굵은 소금 사서 나한테 뿌렸다고 하신 씨네21 이자연님 위트 넘쳐
메가박스 코엑스 주차 정보
메가박스 코엑스는 강남이라 정말 막힌다.
시사회도 평일 낮 4시 반에 끝났는데, 집 가는데 엄청나게 막힘.
대중교통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으로 올 수 있으나 9호선 봉은사역 7번 출구로 오는 게 훨~씬 가깝다.
그럼에도 차를 가지고 올 수밖에 없는 분들을 위해
매표소에서 티켓 제시 후 주차 할인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주차 요금은 입차 시간을 기준으로 영화 관람 시 4시간에 4,800원이다.
심야 주차는 할인이 되어 영화 관람 티켓 내 종영 시간 기준으로 22시 이후 종영 영화면 4시간에 2,400원이다.
미 인증 시 시간당 6,000원, 초과 15분당 1,500원이 부과된다.
그리고 코엑스몰 내 매장들을 이용하면, 합산 금액에 따라 주차할인을 받을 수 있다.
5만 원 이상 1시간 무료
10만 원 이상 2시간 무료
15만 원 이상 3시간 무료
최대 3시간까지 적용되고 이후는 추가 요금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