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가여운 것들>은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으로 유명한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141분짜리 작품이다.
스코틀랜드 작가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라미 유세프, 크리스토퍼 애벗, 제로드 카마이클 등 엄청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며칠 뒤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무려 11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있다.
부문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이다.
여러모로 대단한 작품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상영했다.
벨라 벡스터(엠마 스톤)는 갓윈 벡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벨라는 첫걸음부터 첫 단어까지 이미 완성형인 몸으로 하나하나 배워간다.
실험체보다는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벨라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다.
실험을 기록하던 갓윈 벡스터의 제자 맥스 매캔들스(라미 유세프) 또한 그녀를 관찰하고 기록하다 벨라에게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갓윈 벡스터가 벨라와 결혼하라는 제안에 흔쾌히 그러기로 한다.
벨라와 맥스의 결혼계약서를 검토하러 온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은 런던 시내에는 나갈 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고, 해외여행은 갓윈과 맥스가 꼭 동행해야 한다는 남다른 계약에 묶인 신비한 그녀가 누굴지 관심을 갖게 되고, 아름다운 벨라를 본 그는 벨라를 꼬여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몰래 떠나기로 한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그녀는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며 더욱더 성장하게 된다.
!스포있음 주의!
영화는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오리개?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이렇게 보기 시작하다 이야기에 빠져든다.
도대체 이런 독특한 이야기를 만든 사람은 누구지?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이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 역시! 그렇구나!
하는 인정이 나온다.
나는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보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많이 노출되서 알 수밖에 없는, 엠마 스톤 주연작, 아카데미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포스터
이런 정도는 대강 알고 가지만, 포스터도 흐릿하게 보고, 그래서 전혀 알지 못했다.
<더 랍스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임에도 그 감독의 신작이 나오는 줄은 모르고 살기.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영화소개 프로그램 보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종종 그게 전부인 이야기들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기대가 더 충족되지 못하기도 하고, 더 큰 관심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아예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예고편은 정말 안 봄.
극장에서 나와도 거의 눈과 귀를 숨기는 수준.
그래서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더 큰 놀라움과 충격을 느낀 것 같다.
원작이 따로 있긴 하지만, 그동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이야기에서 보여준 것들과 비슷한 놀라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감독이라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작도 너무 궁금해짐.
1972년 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제야 번역되었지만, 휘트브레드상과 가디언 픽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꼭 읽어봐야지.
또 다른 느낌으로 매력적일 것 같다.
한 여성의 추락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아주 화려한 추락 이후부터는 흑백이다.
나는 흑백 영화를 보면, 눈이 오히려 더 피로하고, 집중도 잘 안돼서 흑백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흑백은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의미가 있었다.
아기의 시각은 오감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발달한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과 빨간색을 구별할 수 있으며, 2개월이 되면 삼원색의 기본 색깔을 대부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형태나 윤곽에서 점점 더 세세한 구분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모빌이나 초점 책도 처음에는 명암의 대비가 많이 되는 것에서 점차 색채가 다양한 것으로 이동하는데, 그런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태어난 벨라의 시각
비록 벨라의 신체는 어른의 것이기 때문에, 완벽했을지 몰라도, 그녀의 뇌는 그 신체와 함께하기 위해 계속해서 적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을 흑백에서부터 표현한 게 아닐까?
그래서 초반에는 볼록렌즈라든지 일반적인 화면이 아닌 것들이 많이 나온다.
벨라가 갓윈의 실험체라는 것도 함께 보여주고자 하는 망원경이나 현미경 같은 바라보기, 볼록렌즈의 사용 같은 것들이 자주 이용된 것 같다.

자네 논문은 비범해 보이려 애쓰는 평범한 두뇌의 발악 같더군.
갓윈 벡스터
이는 계속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구성을 초반에 계속해서 사용함으로써 영화에서도 계속 진행되는 실험이 이 영화 그 자체도 실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정말 이상하다.
말머리가 달린 증기기관마차도,
조각난 하느님(갓윈 벡스터)의 얼굴도,
대체 어느 시대의 리스본인지 고전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모습도
벨라의 선글라스와 케이블카, 우주선 또는 열기구 같기도 한 것들까지

전부 이상하다.
그렇지만 이상하다며 거리 두고 있던 나도 잠시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 보고 있다.
그리고 조악한 미술이었다면, 그런 것들이 더 튀어 보이고, 말도 안 되고 그저 이상했을 텐데.
모든 장치가 다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무언가 계속 더 보고 싶었다.
의상이나 장치, 분장 모두 너무 멋져서, 왜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모두에 노미네이트 되었는지 알 수밖에 없었다.
왜 벨라에게 겁을 주시나요?
- 벨라는 실험체야. 통제하지 않으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지.
맥스 매캔들스 - 갓윈 벡스터
화면이 컬러로 바뀌고 나서부터는 벨라의 자유의지가 더 강력하게 발현된다.
어린아이의 떼처럼 모든 걸 파괴하며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배웠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배운 것들을 부단히 이용한다.
자신을 막으려 마취제 클로로포름을 사용한 갓윈과 맥스에게 같은 방법을 사용해 자기 뜻을 이어나간다거나 스스로 발견한 자위행위를 발전시켜 덩컨과 함께 '뜨거운 뜀박질(섹스)'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사용해(매음) 수익을 내며 거기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한 발받침으로 사용한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네요. 덩컨 웨더번.
벨라 벡스터
단순한 본능에 집중하던 벨라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철학에 관심을 갖고, 책을 통해 지식을 모은다.
쾌락을 넘어선 또 다른 즐거움이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벨라에게 새로운 친구 해리(제러드 카마이클)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잖아요.
- 사실은 상처 주고 싶었어요. 당신의 천진난만함에
벨라 벡스터 - 해리 애스틀리
끊어진 성벽 길이 의미하는 단절된 다른 세상.
벨라는 그 빈민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살리고 싶지만, 그것 또한 길이 없다.
순진함은 누구도 살리지 못한다.
세상을 파악하면, 세상은 우리 것이야.
스와이니 부인(캐스린 헌터)
전 재산을 모두 잃은 상황.
벨라는 새로운 실험에 던져졌다고 생각한다.
덩컨은 모든 게 망했다고 생각한다.
벨라의 다음 단계는 묵을 호텔을 구하는 것이다.
덩컨의 다음 단계는 주저앉아 우는 것이다.
벨라는 묵을 호텔을 구하기 위해 질문을 했고, 방법을 찾았다.
덩컨은 계속해서 낙담해 있었다.
벨라는 돈을 벌어 음식을 구해 온다.
덩컨은 그 돈을 번 방법이 몸을 파는 것이었다는 걸 알고 얼굴을 가리고 운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긴 장면이었다.
팔을 한껏 들고 과장되게 고개를 파묻고 우는 마크 러팔로의 찌질함이 압권이었다.

벨라처럼 살면 정말 못 할 게 없을 것 같다.
역시 낙담하고 주저앉기보다는 일단 방법을 찾는 게 좋은 방법이지.
영화에서도 나온 갓윈의 말처럼 기본 방식은 영원하지 않고, 새 방식은 또다시 다른 방식으로 대체 된다.
그러니 나의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면, 우리는 주저앉을 필요가 없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겪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성장하고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타인 또는 타임의 삶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비교로 더 성장한 내가 된다면, 그게 바로 멋진 삶이 아닐까.

끔찍한 일이 발생했어요. 내 마음은 텅 비었어요.
- 그 암흑기를 지나면 그 고통마저도..
벨라 벡스터 - 스와이니 부인
어느새 점점 안주하는 선택에 머무르려 하는 나는, 벨라를 보며 새로운 에너지의 생동을 느낀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있는 것처럼, 그 암흑기를 지나면, 우리도 꽃을 피울 것이다.
암흑기도 동안 새로운 에너지를 모았으니까.
엄밀히 말해 너의 아이면서, 엄마란다.
벨라 벡스터는 네가 스스로 만든 거야.
갓윈 벡스터

어쨌든 자기 몸이잖아요, 벨라.
자기 자유죠.
맥스 매캔들스
벨라는 이상한 벨라를 받아들여 주는 자들 사이에서 온갖 것들을 스스로 배워 스스로 벨라 자신이 된다.
벨라는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직접 겪고, 직접 판단하고, 직접 해낸다.
영화의 시작과 같이 '빅토리아'와 같은 자리에 놓여있어도, 그녀는 다른 선택을 한다.
그녀는 벨라 벡스터이기 때문에.
결혼은 끊임없는 시험이야.

이 이상한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특이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너무나 잘 구현해 냈다.
배우도 연출도 스태프들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텐데 모두 대단하다.
이 특별한 이야기가 말이 되게 만들어 준 건 모두의 힘이다.
그래서인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다음 작품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제목 미정)에도 엠마 스톤, 윌렘 데포, 마거릿 퀄리 등 대다수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벨라 벡스터의 삶은 벨라 벡스터가 만드는 거지.
그녀가 만들어낸 그녀 자신만의 삶.
그게 아주 의미 있고, 멋지다.
영화는 본능적으로 쾌락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위행위에서 섹스까지 영화의 시작부터 우리를 정말 많이 노출한다.
시신의 성기를 가지고 놀고, 자기 성기를 가지고 노는 등 벨라는 놀이에서 즐거움을 찾는 행동을 해나간다.
상류 사회의 금기라는 얘기를 들어도, 그녀는 스스로 그런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야하기는 야했지만, 이야기나 연출이 그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는 과정.
삶을 배우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등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보는 나도 야함이나 노출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 속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봤다.

삶을 받아들이는 벨라의 태도 덕에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매음도 수단으로 사용하며, 거기에 눌러앉거나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그리고 그 안에서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이해해 나가는 벨라의 삶을 대하는 방식이 좋았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생각해 본다.
나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상황은 잘 이해하고 넘어가면서, 세상을 살면서는 얼마나 많은 편견에 둘러싸여 주저앉아 있는 건지.
자극만을 바라며 보는 분들도 충분히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
그런 자극 외의 다른 자극도 물론 많이 얻을 수 있고.
여러모로 추천한다.
아주 많은 감상이 나올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이야기라는 증거라 생각한다.
함께 많이 나눠주시길.
이렇게 만들면 길게 만들어도 된다.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했다.
전날 본 <듄 part. 2> 보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남은 궁금증 두 가지.
매음 후에 '마쥬쳐서 반가워요' 뭐지.
코미디를 의도한 것 같은데 모르겠음.
언어유희인지.
뭔지.
아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마쥬 고츄 뭐 이런건가.
흠
덩컨 웨더번이 매음굴 앞에서 기다릴 때 머리는 왜 뽑고 있던 거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라는 걸 보여준 건가?
그냥 그거 두 개가 궁금했다.

<가여운 것들> 쿠키 정보
쿠키는 없다.
하지만 크레딧이 액자 같은 느낌도 들고 해서 좀 아름답고 몽환적인 느낌도 있어서 끝까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가여운 것들> OST
Bella(from Poor Things Soundtrack)
Wee
Bella and Max
Mother of God
Victoria
Reanimation
Bella and Duncan
I Just Hope She's Alright
Lisbon(from Poor Things Soundtrack)
O Quarto(Soundtrack Version)
Portuguese Dance I
Portuguese Dance II
Goodbye Later Dove
Duncan and Martha
Alexandria
Paris
Bella Les Yeux Bleus Estore's Song
London
Alfie
Alfie and Victoria
Bella, Max and God
Poor Things Finale and End Credits
메가박스 동대문 주차 정보

메가박스 동대문은 굿모닝시티 쇼핑몰 9층에 있다.
메가박스에 와서 매점을 지나 가장 깊은 쪽으로 가면, 직원분들이 있는 카운터가 있는데, 이쪽에서 셀프 주차인증을 할 수 있다.
굿즈도 여기에서 받음.
입차시간 기준으로 되고, 주차 인증을 하면 3시간에 2,000원이다.
인증하지 않으면 30분당 1,500원이다.
주차 인증은 매표소가 마감되면 할 수 없어서, 영화 보기 전에 미리 하는 걸 권장한다고 되어 있다.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No. 104 <가여운 것들>


이번 오리지널 티켓은 엄청나게 예쁘다거나 영화의 매력을 잘 담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조금 아쉬울 정도?
그래도 다행히 개봉일 첫 회차로 봐서 받았다 헿
메가박스 동대문은 특이하게 봉투에 오리지널 티켓을 넣어주고, 신분증이나 멤버쉽으로 본인확인을 아주 철저히 한다.
메가박스 동대문 기준 현재는 소진되었다고 한다.
다른 극장은 아직 남아있는 편이다.
소진 현황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